랜드마크

6일차 징검다리 휴일 5/4에 사무실 출근해 근무할 것이라고는 1도 생각치 않고 있다가 새벽에 예상치 못한 일이 터지는 통에 부랴부랴 출근해서 바쁜 하루 보냈다. 그 덕분인지 어젯밤 시차 조절에 실패 어린이날 새벽3시 일어나 여직까지 깨어서 이러고 있다. (9시에 콜이 하나 있어 다시 자기도 뭐하고)

좋아하는 TV 채널은 “스카이 트레블”. 언젠가 라디오 스타에 김경호가 나와 지방공연 끝나고 새벽에 집에 돌아오면 혼자 소주 한잔 하며 주로 “걸이서 세계속으로” 틀어 놓는다 하던데, 그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오늘 아침에는 윤진서란 배우가 시애틀 여행하는 화면이 나온다. 미국에는 95년부터 1년 좀 넘는 기간 포스트닥 하러 살다 온 적 있는데, 워싱톤주 리치랜드란 곳이다. 주변에 케네윅 그리고 파스코란 도시가 있는데, 리치랜드까지 세 도시를 통틀어 트라이씨티라 하며, 단순히 별칭이 아니라 행정이나 관리등등 세 도시는 많은 부분 공유하고 또 통합되어 있다. 리치랜드는 워싱톤주로보면 미드사우스에 해당하는 위치로, 콜럼비아 리버를 타고 오레곤주에 매우 가깝고, 동서로는 씨애들에서 스포케인 딱 가운데서 아래로 오레곤/워싱톤 주경계까지 가면 나온다.

얘기가 또 중구난방으로 흐르기 전에 한번 정리하면 1년간 리치랜드에 살면서 씨애틀은 겨우 서너번 가보았을 뿐인데, 씨애틀 (그 동네 발음으로는 씨아아를) 얘기가 나오면 마치 제2의 고향 같은 느낌이 든다는 점.

대학교 일학년 여름방학 해외여행 언감생심이던 시절 방학맞이 대학생 여행은 전국을 돌며 지방출신 친구들 집에서 무전취식 하는 것. 부산, 마산, 삼천포를 거쳐 전라도로 향하며 전주출신 친구집을 찾았는데, 그 친구 항상 자기 집 전주라 하더니 막상 찾아가 보니 전주에서 한시간 반 가량 더 가야 하는 완전 깡촌. 동네 이름이 정확히 뭐였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만약 전북 무슨군 무슨면 무슨리라 했으면 어디에 붙은 동네인지 감도 못 잡았을 것이다. 그래도 전주 부근이라 하니 대략 어디메쯤 되겠지 감이라도 잡았지. 이런 경우 전주를 랜드마크라 한다 (무슨 스톤하는 좀 더 고급진 표현이 있는 것 같은데, 이 글을 쓰는 현 시점 당췌 뭐였는지 생각이 안난다).

리치랜드에 있는 PNL (Pacific Northwest Laboratory) 라는 연구소에서 포닥생활 했는데, 미국 에너지성 (Department of Energy, DOE) 산하 국립연구소로 환경관련 분야에서는 미국에서 손가락안에 꼽히는 훌륭한 연구소임에도 불구, 한국에서는 거의 아는 사람이 없다. 하다 못해 미국내 대학순위 30위권에도 못드는 뭔 주립대에서 포닥해도 아 거기요 하는 판에, 그래도 미국에서 꽤 알려진 연구소에서 했음에도 포닥 어디서 했냐는 질문 받으면 대답이 복잡하다.

“PNL 이란 내셔널 랩인데, 워싱턴주에 위치하고 있고 미국 DOE 산하로 환경쪽 연구 주로 하는 곳으로서, 블라블라블라…” 원래 대답이 길면 상황이 궁색한 법이다. 그러다보니 미국 어디 있었냐 하면 워싱턴주 씨애틀 부근에 있었다하고, 씨애들은 정작 서너번 밖에 못 가 봤으면서 (횟수로 따지면 씨애틀보다 오히려 오레곤주 포트랜드를 더 많이 갔었음), 괜히 씨애틀 잘 아는 척등등.

비유라는 것도 사실 어떤 개념과 관련, 잘 알려진 어떤 것에 빗대어 설명함으로써, 그 개념을 쉽게 이해시키려는 방법이다. 근데 한편으로 10년 20년도 아니고 일년 다녀오는 것인데, 남들 다 알고 있는 유명한 그런 곳이었으면 설명하기 심플하고 글쎄 커리어와 관련한 상황이 지금과는 많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물론 근 25년전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얘기기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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