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새해

이렇든 저렇든 새해는 항상 휴일로 시작하는 것이긴 하지만 올해는 첫날이 일요일이다. 토요일에도 반나절은 근무했던 예전에는 어땠었는지 이제는 잘 생각 나지도 않지만, 토요일에는 어지간한 경우 아니면 술 마시지 않기에 대부분 일요일 아침은 상쾌하게 일어난다. 거기다 어려서부터 몸에 밴 early bird 체질 덕에 일찍 일어난다. 2017년 첫날도 예외는 아니라 5시도 안 되어 일어나 이런저런 생각도 하고, 책도 읽고 일도 하고 등등. 이 글을 쓰는 시간이 아침 10시반인데 몸이 느끼는 시간은 곧 해가 질 것 같다.

전 직장은 제약회사였고 거기서 신제품 개발 관련 일을 했는데, 꼭 혁신신약이 아니더라도 약이라는 것이 워낙 이래저래 허가규정이 복잡하기에 단순 제네릭이라도 기획단계부터 발매까지 2년은 잡아야 한다. 연구개발에 많은 투자 하는 회사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모토는 혁신신약의 개발이었기에 당시 신제품 발매 일정은 Y+5 라고 해서, 발매를 5년 앞둔 시점부터 개발 일정을 관리해 왔다.

당시만 해도 회사에서 클라우드 드라이드 접속 못하게 하고 그런 시절이 아니었던 지라 대부분의 자료들 구글이나 드롭박스로 관리해 왔다. 2012년 회사 그만두며 굳이 자료를 들고 나오려 했던 것은 아니지만 클라우드에 쌓여 있는 것들 일부러 삭제하지는 않았기에 그저 주인 따라 고스란히 옮겨 왔다. 일찍 일어난 김에 이래저래 꺼내서 보다보니 Y+2 니 Y+5 니 하는 문서들이 그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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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에 기발매란 말이 나오는 것보니 2008년 작성된 문서는 아닌 듯 하고, 아마 이후에 회상하며 작성한 문서인듯 하다. 어쨋든. 2017년은 당시 머리 속에서는 구체적인 연도가 아닌 먼 미래로만 그려지고 있었다. 딱 집어 그런 생각까지 하지는 않았겠지만, 2017년이란 해가 과연 올까 싶었을 듯 하다. 그런데 결국 오고 말았다. 그리고 오늘이 그 첫 날이다.

인터스텔라인가 아뭏든 어떤 영화에서 머피의 법칙은 나쁜일은 반드시 일어난다는 것이 아니라, 일어날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는 법칙이라고 어린 딸네미에게 젊은 (?) 아버지가 말하던 것이 생각난다. 맞는 비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올 시간 역시 언젠가는 온다 (그 전에 죽지 않는 이상). 손에 잡히지도 않고 심지어 머리에 그려지지도 않던 2017년이 왔는데, 2027년이라고 다르겠는가? 결국은 온다.

2016년 12월 31일일과 2017년 1월1일 사이에는 뭔가 높은 울타리가 쳐 있을 것 같지만, 까치발을 해서 힘드게 울타리를 넘은 것도 아니고, 어젯밤 그저 잠들었을 뿐이고 오늘 아침 잠에서 깼을 뿐인데, 어느덧 새해 첫날이 되었다. 그 뿐이다. 그리고 나는 이제 우리셈으로 51살이 되었다. 반백에 +1 이 되었다. 살아만 있다면 내가 아무 일도 안 하더라도 61도 71도 그렇게 또 올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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