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

서비스업이 대부분 그리하지만, 특히 고부가 서비스업은 사람이 가장 중요하고 어쩌면 유일한 자산이다.

2001년부터 2003년까지 2년반 연대 경영대학원에서 MBA 과정을 이수했는데,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 뼛속까지 인지하고 있음과는 별개로 제일 재미없는 과목이 인사/조직이었다. 과목 자체가 대규모 제조업 인사/조직에 맞게끔 설계되어 있어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같은 대규모 인사팀이 들으면 도움이 될지는 몰라도, 우리 같은 소규모 조직에는 큰 도움이 안 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MBA 와는 별도로 18년 가까이 직장생활 하는 동안, 사내에서도 교육 프로그램 많이 들었고 (반강제), 개인적으로 관련 책도 많이 사서 읽었지만, 부하직원/인사조직 관리는 엉망이지 않았나 싶다.

2000년 연구소에서 본사 사업개발쪽으로 발령받아 당시 장모팀장님과 함께 서울로 올라왔는데, 장모팀장님은 사정이 생겨 2개월 남짓 같이 일하다가 연구소에 소장님으로 발령 받아 다시 내려가셨다. 준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당시 5명 정도 팀을 관리하게 되었는데, 2년도 안 지나 기존 인력 모두가 그만두겠다 하는 곤역스러운 상황으로 치달았다. 직원들에게 프로젝트를 모듈별로 분배 했다, 어느 정도 진전이 되면, 성과를 돕겠다는 마음에 내가 적극적으로 관여하곤 했는데 (진심으로 나는 부하직원들 성과창출 돕고 싶은 일념이었지만), 부하직원 눈에는 나란 작자가 일이 어찌될지 모르는 초기단계에는 부하직원에게 맡기고, 좀 되어 간다 싶으면 다시 걷어가는 못 된 팀장으로 보였된 게다. 

그만두기 직전 전 직장에서 30명 가까운 부하직원들 데리고 일할때와는 달리 (개발, 대관, 임상 마지막에는 마케팅까지) 지금은 나 포함 세명짜리 초 미니 조직을 맡고 있다. 사람이 전부라는 것을 알기에 (그리고 한번 뽑으면 내 맘대로 짜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기에) 업무로드가 턱까지 차도 신규채용을 끔찍히 조심하다 보니, 창조경제 고용창출의 정부시책과는 달리 어지간해서는 조직/인력 확장이 잘 안된다 (반면 위에서 떨어지는 업무확장은 너무 자주 있다).

현 직장 입사 이후 똑똑하고 능력있고 충성스러운 부하직원. 사람 복 하나는 있다고 자부하고 살았는데, 하나는 미국법인으로 보냈고 (그건 내 결정이었으니 뭐라 할 수 없고), 하나는 직장을 옮기겠다 한다. 내 눈에 비단보자기면 남들 눈에도 비단보자기고, 내 눈에 걸레면 남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이직 하겠다 얘기 듣고 한참을 마주 앉아 얘기해 봤는데, 본인의 장기 커리어 플랜이나 여러 정황을 보았을때, 내 욕심만 차리고 억지로 설득할 게재가 아니더라.

이직 인터뷰 하면서도 내가 사람 보는 눈은 있었구만 하는 생각이 들었으니, 뭐 나름 만족하지만. 15년전 원 맨 조직의 악몽이 되살아나, 심히 스트레스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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